트위터를 통해 모집했던 고민에 대한 답변 내역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도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본 티스토리에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고민으로 들어온 사연은 압축 및 각색하며 개인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가렸으나.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블라인드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본 답변에 없던, 새로 추가한 내용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열다섯번째 사연>
저는 30대 초반으로 오랜기간 우울증을 겪어왔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꿈꿔 온 진로는 있지만 가족의 반대에 계속 부딪혀 도전과 포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일단은 가족들의 말대로 자격증을 준비하며 현실적인 길을 걷고자 하는데, 아직도 꿈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여 계속해서 마음이 흔들립니다. 모든 사람이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저는 이 꿈이 포기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걸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너무 집착하는 건지, 저 혼자만의 생각에 매몰되어 상황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인지 저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아 조언을 구하고 싶어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답변 전문>
안녕하세요,
어떤 식으로 답변을 드리는 게 최선일지 고민을 하다가 다소 답장이 늦어지게 되었네요.
일단 OO님의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아 보입니다.
"본인이 희망하는 목표 VS 가족이 권장하는, 현실적인 목표 사이의 갈등"
관련해서는 우선 아래와 같이 하나씩 목표를 짜고 달성해나감이 어떨지 제안 드립니다.
1) 우울증 치료에 최선을 다하며 ADHD 검사 진행
보통 성인 ADHD는 어렸을 떄부터 그 특징을 드러내게 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만 지나치게 열중한다거나 지각, 망각이 잦다거나 하는 식)
다만 OO님께서는 원하는 목표가 어렸을 때부터 확고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방황하시게 되신 지라 어쩌면 ADHD가 늦게 드러난 것일 수도 있으리라는 의심도 듭니다.
만약 ADHD가 아니라 해도 우울증이 장기가 되면 ADHD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은 <우울할 땐 뇌과학> 등의 책을 참고하여, 내가 우울증을 개선하기 위해 해볼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고 당분간은 이에 전념해보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 고정, 매일 30분씩 햇빛 받으며 산책하는 루틴 만들기, 명상하기, SNS 멀리하기 등등)
본인의 꿈을 추구하는 것이든 가족이 원하는 대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든, 정신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하나에만 전념하기 어렵고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최소한 2주~1달 정도는 다른 일보다도 자신의 정신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한번 살아보시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 싶으면 여기에 다른 일들(자격증 준비든 취업 준비든)을 끼워넣는 게 좋아 보입니다.
2) 가족과의 관계 개선 추구
OO님이 꿈을 추구하는 것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가족들의 지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진로 관련해서 많은 대립이 있어 힘들었고,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선택했던 진로가 저와 맞지 않아 고통받기도 했어요.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또 하루의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대상이 나를 지지하지 않을 때, 그 스트레스는 굉장히 크고 좌절감을 안기게 됩니다.
그래서 만약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시면, 그 다음은 가족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소통하면 나를 좀 더 이해해줄 것인지,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나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등...
만약 집에서 공부 중이시라면, 도서관을 꾸준히 다녀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요. <비폭력 대화> 같이 갈등 있는 상대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책들도 도움이 될 거 같네요.
(참고로 제 경우 재수 초반에 일부러 책상 앞에서 공부하다가 엎드려 자는 퍼포먼스를 몇 번 했더니 공부에 대한 잔소리를 끊으셨던 전적이 있습니다..)
3) 지금 당장 '하나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버리기
제 주변에는 30대에 새로운 진로를 찾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외국으로 훌쩍 떠난 친구도,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친구도,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도 있어요.
우리의 기대 수명을 감안하면, 어떤 길을 걷다가 이게 아니다 싶을 때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은 시대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길을 택하든, 그것이 틀린 길일까봐 너무 겁내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런 불안감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오롯이 마음을 쏟지 못한 것처럼 보여서요.)
가다가 아니면 돌아오면 됩니다. 혹은 어딘가에 난 샛길로 빠져도 되고요.
OO님 앞에 놓인 몇 가지 선택지의 장단점을 적어보고, 일단은 그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여 (그게 정답이든 아니든) 1년 정도 여기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인드셋을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바로 그렇게 결정이 어렵다면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모닝페이지' 기법을 활용하여 매일 아침 필터링 없이 일기를 적어보면서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답일 거 같고요.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가족에게 얘기할 때도 '내가 딱 1년만 여기에 전념해보고 실패하면 미련 갖지 않고 깔끔하게 포기하겠다. 내 인생이 달린 일이니까 1년만 지원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라고 설득하는 편이 무작정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간 정말 열심히 살며 노력한 경험이 있다면, 결과가 어찌 되었든 이 경험을 통해 쌓인 '성실함', '끈기', '인내', '자아효능감', '루틴', '공부 노하우' 등은 나의 자산으로 오롯이 남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다른 것을 다시 또 열심히 해보면 되는 일입니다.
정확히 어떤 진로를 희망하고 계신 것인지까지는 알지 못하다 보니 아무래도 두리뭉실한 이야기를 적게 되었는데요,
제 작은 이야기가 직면한 어려움을 이겨내시는 데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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