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통해 모집했던 고민에 대한 답변 내역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도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본 티스토리에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고민으로 들어온 사연은 압축 및 각색하며 개인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가렸으나.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블라인드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본 답변에 없던, 새로 추가한 내용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해당 사연자분은 총 두 번의 메일을 주셨고 각각에 대한 답변이 달랐기 때문에 두 가지를 순서대로 기재해두겠습니다.
<아홉번째 사연>
ADHD로 인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시간표로 계획하는 방법을 모르는 탓에 챗 GPT를 사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할 일을 집중하는 건 가능하나 시작하고 끝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매일 반복되는 컨디션 기복으로 인해 시간표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PMS가 굉장히 심해 한 달에 일정 기간 일에 지장을 받고 있어 이 부분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지 궁금합니다. 현재 간단한 운동과 영양제 복용을 하고 있고, 상담은 받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답변 전문>
안녕하세요,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으실 텐데 이렇게 용기내어 메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어보신 내용들에 대해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방식이라 생각되는 답변을 전달 드립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저에게 적합한 방법이기에, 작성자분이 직접 해보시고 본인에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조절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Q1. 시간표를 사용하는 방법 / 시작하는 것과 끝맺는 것
- 일단 시간표는 챗GPT를 이용하지 말고, 어려워도 직접 짜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자기 자신의 뇌를 굴려서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손을 써서, 수기로 하는 것도 추천 드려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Adhd인의 뇌는 원시에 가까워서, 소근육(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활성화가 되거든요. 손으로 쓰다보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암기를 하기도 쉽고요.
- 더불어 아직 계획표를 짜고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렵다면 우선은 done 리스트부터 적는 게 좋아 보입니다.
내가 그날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파악해야지만이 나에게 적절한 하루 업무량이 얼마인지, 언제 더 일이 잘되고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또한, 못 끝낸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보다 끝낸 일들을 보며 효능감을 느끼는 게 자신감에도 좋고요.
- Done 리스트에 익숙해졌다면 그 다음은 자신에게 맞는 스케쥴 관리/기록법을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열매책'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시간 단위로 To Do와 Done을 기록하다가, <불렛저널>이라는 책을 읽고 불렛 체크 방식으로 기록법을 바꾸었습니다. 너무 빡빡하게 시간단위로 매일을 구성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그렇게 하는 편이 저랑 더 잘 맞더라고요.
두 가지 모두 살펴보시고 가능하면 직접 실행도 해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보세요. 어떤 방법을 택하시든 기록장(다이어리)은 내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늘 들고 다니고 업무 하는 내내 옆에 펴두시는 것, 그리고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나중에 할일을 추가로 적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해야 일을 하다가 다른 샛길로 빠질 위험도 방지가 되니까요.
- 일을 시작하는 법 : 해야 하는 일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고 그것부터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어떤 문서를 써야 한다면 일단 노트북을 켜는 것부터요. 노트북 켜기, 문서 프로그램 열기, 러프한 초안을 쓰기, 서두 짜기.. 등등 아주 작은 포션으로 일을 나누고 목록화하여 체크하며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또한, 가급적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분리해놓고 일하는 공간에서는 무조건 업무를 하는.. 그리하여 업무 공간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버릇이 생기게끔 하면 좋습니다. (공간 분리가 어렵다면 BGM, 향 등으로 자신에게 업무 시작 타임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도 좋고요.)
- 일을 마무리 하는 법 : adhd인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일을 제때 끝내고 과몰입에서 빠져나오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마무리할 시간을 정해놓고, 마무리 루틴도 가능하면 마련해두면 좋을 듯합니다. (스트레칭, 명상, 산책, 다이어리 쓰기 등...)
제 경우는 일부러 퇴근 후 운동이나 취미 수업 같은 것을 잡아놓음으로서 일로부터 자신을 분리해낼 수 있게 했어요.
-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가 하루만에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현실에 대한 인정입니다. 몇 십년동안 살아온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면 최소 몇 개월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해요. 그리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때로는 퇴보하기도 하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달래주시길 바랍니다. Adhd는 뭔가에 빠지거나 집착하기 시작하면 완벽주의가 발동해서, 하나 삐끗하는 순간 모든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기 쉽거든요.
Q1-1. 컨디션 기복에 따라 달라지는 수행량 및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
가장 좋은 건 기간을 무리하게 잡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제가 최악의 컨디션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장기 업무 계획을 짜는 편이거든요. 그러면 다소 늦어지는 일이 생겨도 여유가 있기에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고, 오히려 일이 더 손에 잘 잡히더군요.
그리고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매일 최소한의 일은 해두는 것도 방법일 거 같네요. 딱 10분만 하고 멈추자, 이거 한 페이지만 해두자.. 라고 자신을 달래며 시작했다가 막상 일이 잘 되어서 더 길게 할 때도 많으니까요.
사소한 일도 한번 미루기 시작하면 더욱 마음의 중압감이 작용하여 자꾸자꾸 더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상태로는 다른 일을 하며 놀아봤자 제대로 재미를 느낄수도 없죠. 때문에 미루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오기 전에 빠르게, 최대한 무심하게 일을 끝내버리고 더욱 행복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그 외에 도움이 될 만한 건... 일하는 공간을 바꾸거나, 옆에 같이 열심히 일할 만한 동료를 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원고가 잘 안 풀리면 좋아하는 LP바에 가서 작업을 하거나, 비슷하게 급한 일을 처리하는 친구를 공유 오피스로 불러서 같이 작업하는데요. 그렇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저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 <창작형 인간의 하루>를 보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자신에게 리프레시를 주고 루틴을 만드는 분들의 얘기가 나옵니다. 다양한 작업 방식을 살펴보고 나와 맞을 것 같은 방식을 골라서 따라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3. PMS 및 기타 생활 습관 관련하여
PMS는 호르몬 문제이기 때문에 상담센터보다는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게 좋을 듯합니다. 부인과 쪽에서 pms 약을 처방받는다거나, pms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먹는 식으로요.
그리고 스쿼트는 하면 정말 좋지만 3주째라면 아직 체감하는 효과를 느끼기에 너무 이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적어도 두세달은 해야지 스스로 느낄만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그래서 더욱 약을 추천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더불어 수면이나 하루 활동량, 식사 습관은 제대로 챙기고 계실까요?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adhd인에게는 특히 일상의 루틴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7시간 이상 자고 있는지, 적어도 5천보씩은 걷는지,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다양한 영양소로 챙기고 있는지,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있는지... 도 꼭 체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당장에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도 우선은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효율로 높아지니까요. 만약 소홀한 구석이 있었다면 이런 부분을 챙겨보심을 추천 드립니다.
<추가 상담>
안녕하세요, 지난번 메일에 대해 회신을 주신 점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커리어 업계 옮기기 (한국 웹툰 업계 > 일본 출판만화 업계) 와 관련하여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준비 기간은 최대 2년으로 정해뒀는데 문제는 정해둔 기간 내에 연재를 따거나 문제가 해결될 거란 보장도 없어서 만약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고민입니다. 또한, 이 2년의 기간동안 수입을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혹은 알바) 외에 어떤 다른 방법으로 수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고민도 됩니다. 서빙 아르바이트는 이전에 해본 적이 있었는데, 체력 및 우울증 이슈로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흥미가 있는 쪽은 전시 관련 분야인데, 관련 학과의 대학 졸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단 조건이 있어 고민이네요.
<추가 답변>
안녕하세요,
OO님이 현재 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과 실력을 갖고 계신지 잘 모르고 저도 웹툰 업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다소 일반론적인 접근으로밖에 말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조금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답변 드려 봅니다.
Q1. 업계 옮기기 관련
저도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경험을 한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웹툰 -> 출판 만화로 업계를 옮긴다는 것 + 한국에서 일본으로 활동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본에서 나고자라 일본 출판 만화 업계에 익숙하고 기회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일본 현지 지망생 분들도 몇 년씩 어시 생활을 하고,
원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 연재를 시작했더라도 인기가 없으면 잘리는 냉정한 바닥이라고 들었어요.
웹툰에서 요구하는 스킬과 출판 만화에서 요구하는 스킬이 서로 다른 부분도 있고, 일본 독자들의 감성과 니즈를 맞춰 만화를 그리는 것도 아무래도 문화/언어적 장벽이 있어 쉬운 일이 아니겠죠.
또한, 제가 알기로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이 좋지 않아서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려는 분들도 꽤 있어서 이런 분들과의 경쟁도 치열할 듯합니다.
따라서 현직에 계신 관계자분에게 원고를 보여 드린 후 그분이 직접 들려주는 현실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고,
준비 기간을 2년으로 타이트하게 잡기 보다는 3~5년 정도로 (그분이 보여주시는 적극성에 따라) 넉넉하게 조정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수의 진을 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심리나 뇌과학 서적을 보면 오히려 불안도가 높아지면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해서요.
더불어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도 같이 읽어보심 도움이 될 듯해요.
예전에 제가 트위터에 리뷰도 올렸었지만, 벽에 부딪힌 것 같다고 느끼는 창작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이것저것 실려 있어서요.
특히나 자신이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에 대해 2주 동안 집중적으로 몰입해 보라는 조언이 인상 깊더라고요. (일부 독서 구독 플랫폼에도 들어와 있는 책으로 압니다!)
Q2. 플랜 B / 부업 마련 관련
지금 우려하고 계신 대로 당분간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 업계 이동이 잘 안 될 경우에 대비하여 플랜 B 및 보조 생계 수단을 준비하셔야 할 듯합니다.
위에 서술했듯이 창작 쪽 업계란 언제 어떤 식으로 데뷔를 하게 될 지도, 데뷔한 후에도 계속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니까요.
청년 취업 상담 센터 같은 곳을 통해서 상담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고용 24, 온통청년,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종류의 청년 취업 프로그램이 있으니 이쪽을 찾아보심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한 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잘 안 되었다고 해서 너무 빨리 그 직무 자체가 나와 적성에 안 맞는다고 판단 내려 버리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직무의 알바도 근무처의 분위기나 업종에 따라 능률 차이가 완전 다를 수 있으니까요. (특히나 ADHD인은 심하게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요.)
일단은 열린 마음으로 집 근처의 아르바이트 공고들을 살펴보시고, 근무 조건이라든가 직접 매장 방문했을 때의 분위기 등을 살피어 도전해봐도 좋겠다 싶은 곳들은 과감하게 지원해보시면 어떨까요?
(한번 근무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그만이죠! 아르바이트생 중에 당일 런도 허다한 걸요.)
문화재나 전시 관련해서도 꼭 학위가 필요한 도슨트가 아닌 사무보조, 일반 안내 직원 등의 아르바이트 포지션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또한, 그림 관련하여서 다양한 연관 직무를 고민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웹툰/출판 만화 관련해서 지망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조언해주는 일을 하신다거나(후자의 경우 지금의 준비 과정을 어딘가에 잘 기록해두시면 좋겠죠), 내일배움카드로 네일아트나 디자인 같은 것을 배우는 식으로요.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그림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계시므로 이를 잘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일이 가장 적성에 맞고 열정적으로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가적으로, 앞으로 장기적으로 일종의 '준비생'+'투잡러'의 기간을 거치셔야 하는 만큼 수입 뿐 아니라 본인의 지출에 대해서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저소비 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ADHD가 있는 만큼 기분 전환을 위해, 혹은 덕질을 위해 생각 없이 써버린 돈이 떠올라서 굉장히 자극이 되고 좋았거든요.
가계부를 써보시거나 통장 쪼개기와 같은 방법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셔야 경제적으로 덜 불안정해지고 그것이 좋은 작품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에 현재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거나 수면/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면 이런 부분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저도 직장+웹소설 투잡을 뛰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이 참 많이 악영향을 받았지만(아무래도 스트레스가 크고 일하는 시간 자체가 긴지라)
그나마 수면/식사/운동을 조금 챙겨놓아서 유지가 될 수 있던 부분이 크거든요..
이런 부분을 잘 관리해 두지 않는 경우, 창작자로서 롱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번 스스로 매일 어떻게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기록해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 드립니다.
그럼 이상의 답변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랄게요.
포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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