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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

포웰의 고민상담소 #7. 투병 후 취업, 어떤 길을 탐색할 수 있을까?


 

 

트위터를 통해 모집했던 고민에 대한 답변 내역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도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본 티스토리에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고민으로 들어온 사연은 압축 및 각색하며 개인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가렸으나.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블라인드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본 답변에 없던, 새로 추가한 내용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곱번째 사연>

 

저는 희귀질환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하던 중, 현재에는 상태가 좋아져 하루 3~4시간 정도 공부 혹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컨디션 하에서 할 만한 단기 일자리/재택근무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카페나 편의점 등 몸을 쓸 수 있는 일까지는 아직 할 수 없고, 경력이나 스펙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서 제약이 많으니 고민되네요.
조금씩 몸이 좋아지며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생기니, 현재를 충실히 살며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씩이라도 무언가를 해야 할 거 같은데, 혹시 제가 할 수 있을 만한 직무나 일이 있을까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렵다면, 미래를 위해 공부할 만한 자격증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답변 전문>

 

안녕하세요, OO님

아마도 트위터를 보셔서 아셨겠지만, 제가 갑작스러운 신상의 변화가 생겨 답장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 드리며 우선 말씀 주신 내용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드려봅니다.


1. 가장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는데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계정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회성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냥 아는 지인 통해 들어온 번역이나 과외 일을 조금 해본 것이 다입니다.)
그래서 대략 조사해봤을 때 나오는 답변들을 전반적으로 정리해서 드려봅니다. (이미 아시는 내용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1) 보유하고 계신 희귀병 관련하여, Reddit의 Subreddit 게시판을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국내 기준으로는 인원 수가 적은 희귀병/특수질환도 외국 기준으로는 인구 자체가 더 많다보니 보다 유용한 정보가 있을 때가 많더군요.
요즘은 번역기나 ai를 이용하면 쉽게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거나 읽을 수 있어요.

2) 몸을 최대한 적게 쓰는 직업이라면,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쪽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피라이터, 블로그/바이럴 마케팅, 콜센터 대응, 영상편집 및 디자인, 데이터 입력, 문서 교열교정 등등의 계열 중에 
국비지원 혹은 무료 온라인 수강 등이 가능하면서 본인의 적성과 잘 맞다고 판단되는 쪽을 한번 시도해보시면 어떠실까요?

3) 말씀하신 대로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경우 슬프게도 공백기가 길거나 나이가 많으면 거의 뽑으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혹은 정말로 별로인 곳에서 연락이 오거나요.)
더불어 팝업 스토어 경우 (저희 회사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고객과 만나는 접점 중에 좋은 인상을 줘야 하기 때문에 외모도 많이 보고 이전의 접객 아르바이트 경험도 좀 보는 것 같습니다...
하여 현재로서는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보다는 2번에서 언급한 프리랜서 계열을 찾아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만약 장기적으로 도전할만한 직업을 원하신다면, 최근에 블라인드에서 찾은 아래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캡쳐하여 드립니다.
저도 각 직업에 대해 전망이나 노동 강도를 자세히 알아본 것은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여러 직업군에 대한 힌트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웹 블라인드 경우 회원 가입 없이도 검색이 가능합니다. 비슷한 글을 찾고 싶다면 한번쯤 들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5) 그 외 청년취업지원, 고립운둔청년 관련하여 각 시/도에서 여러 상담 혹은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도 참고하심 좋을 것 같습니다.

2. 아르바이트 및 직업 획득과 별개로, 한 가지 추천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메일을 이어 씁니다.

현재 20대 후반이시라면 분명 사회의 압박으로 인해 본인의 진로에 대해 많이 초조하고 신경이 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30살이 되기 전에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 거 같고, 커리어의 방향을 구체화해야 할 것 같고...
더 이상 부모에게 의존하면 안 될 것 같고, 다들 자기 길을 걷는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 2~3년이나 장기 투병하셨고, 지금도 하루 3~4시간의 일/공부가 최대인 컨디션이시라면
당장 어디선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천천히 회복의 과정을 밟아나가자는 마음을 가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자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정말 훌륭하고 바람직한 마인드이지만, 너무 서두르다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병이 거의 다 나아가는 중일 때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덧나면 더 큰일나는 것처럼요.)

우선은 (만약 지금까지 거의 항상 집에 계셨다면) 어딘가에 매일 꾸준히 외출해서 일정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연습부터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카페든 도서관이든...)
그게 익숙해진다면 도서관/행정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 강의나 국비지원학원 등등 어딘가에 물리적으로 소속되어서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인터랙션을 주고 받는 것에 도전,
이후에는 봉사활동이라든가 종교활동(이상한 곳 말고 제대로 된 교회/절에요!), 지역 동호회 등에서 '타인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그간의 무력감이나 좌절감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적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은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아직 재활 단계에 있는 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일 수도 있고요.

정리하자면, 궁극적으로 어떤 길을 택할지 언젠가 자연히 정해질 부분이니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천천히, 그리고 그만큼 멀리까지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낙천적인 얘기로 들린다면 죄송합니다.)

 

(*저에게 고민 상담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우울증 등의 지속 관리가 필요한 병을 가지고 있거나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있던 케이스에 해당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우선은 자기자신의 몸과 마음을 케어하는 것을 가장 1순위 목표로 세워두고 증세가 호전되면 그때 다음 단계 - 자아 실현, 경제적 독립 추구 등 - 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드니까요.

더불어 타인과 어울려 일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적당한 재활의 단계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도전해보심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내향인의 성공 비결>)에 그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우리의 뇌는 좋은 일/경험을 통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쾌감 학습'과 나쁜 일/경험을 통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공포 학습'을 한다고요.

어떤 직장 혹은 집단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나쁜 일만 겪으면 뇌가 '공포 학습'을 하여 사회생활/단체생활이란 어렵고 무서운 것으로 낙인 찍고 다른 곳에 가서도 저도 모르게 눈치를 보거나 몸이 굳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안하던 일에 도전해봤는데 나쁜 성과만 나오거나 일을 미뤄버려 자신에 대한 자책감만 느꼈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은 작은 도전과 성취를 통해 뇌가 '쾌감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큰 도움이 되는 답변을 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포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