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통해 모집했던 고민에 대한 답변 내역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도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본 티스토리에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고민으로 들어온 사연은 압축 및 각색하며 개인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가렸으나.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블라인드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본 답변에 없던, 새로 추가한 내용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섯번째 사연>
안녕하세요, 포웰님! 저는 몇 년 전 포웰님 추천으로 ADHD 약을 먹기 시작하여 관리해오던 대학 졸업생으로 이번에 목표로 하던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여 1년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선 준비는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실패 경험이 누적되어 이 시험 준비를 계속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큰 돈과 시간을 들였는데도 결과가 따르지 못하니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네요. (그렇다고해서 딱히 다른 진로가 생각나지는 않지만요.) 또한, 모의고사 때와 실제 시험 사이의 점수 차이가 너무 큰데 그간 모든 시험(수능, 자격증 점수 등)에서 항상 이랬기 때문에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하여 뭔가 조언을 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답변 전문>
안녕하세요,
이렇게 또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시험을 준비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생각되는 답변 드려봅니다.
1) 모의고사와 실전 사이 점수가 큰 것
만약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이라면, 인데놀을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사전에 테스트를 해보시고 시험에 복용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황청심환 이런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들어서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긴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신다면, 제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추측하기에는... ADHD 특유의 '대충 알고 넘어가는 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도 현역 모의 고사와 현역 수능 사이에 점수 차이가 좀 컸어서 재수를 했던 경험이 있어요.
(모의고사는 항상 1등급이었던 과목들이 수능 때에는 2등급으로 내려가서 희망하는 대학에 절대 지원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재수하며 제 문제점을 스스로 살펴보니까 저는 무언가를 굉장히 감각적으로, 한 80~90%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ADHD인의 특징에 관한 책을 읽어보니, ADHD인들은 뭔가를 빨리, 대충, 겉보기에 그럴싸하게 익히고 넘어가는 것에 특화되어 있고 이 때문에 디테일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와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하기에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단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페이스로 변화하고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업계에 가면 특히 시너지가 날 수 있겠죠?
다만 스스로 '나는 다 알고 있다'라는 착각(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는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ADHD라는 것도, ADHD의 특징도 잘 몰랐지만...
이 부족했던 10~20%가 운 나쁘게 특정 시험에 몰리고 터지게 되면 (혹은 아리까리한 2개 선지 중에 1개를 찍었는데 그게 운 나쁘게 다 빗겨나간다거나), 딱 그때 점수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재수하는 동안 제가 집중했던 일은, 뭔가를 새롭게 더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애매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파악해서 그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었어요.
문제집 이런 것도 새로 사지 않고, 역대 기출 문제(모의고사 + 수능)에서 틀린 것들 오답 노트를 만들어서 왜 틀렸는지, 관련하여 어떤 부분에 내가 부족함이 있는지 파악하고 보완하려고 많이 애를 썼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외우려고 했습니다.)
덕분에 재수 수능에서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만약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비슷한 공부 습관이 있으시다면 한번 이렇게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공부 전략을 스스로 짜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차피 준비 중인 시험을 통과하여 무사히 원하는 곳에 들어가게 되셔도, 그곳에서 또 다시 공부를 하셔야 할 텐데요.
이번 기회에 1년 더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공부 방식이나 습관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런 공부 애티튜드는 평생 어디에서나 도움이 될 테니까요!
2)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관련
아직 2n살 밖에 안 되셨다면, 당연히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수능을 다시 준비해서 의대에 들어가도 30살쯤엔 졸업할 수 있는 걸요.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 뭔가 다른 길을 택하고 싶다는 마음이,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시험 공부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아 생긴 도피성 마인드는 아닌가 체크해보는 것 아닐까 싶어요.
ADHD는 특성 상 열정이 빠르게 식기 쉽고, 작은 좌절(물론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작은 좌절이 아닙니다만 아무튼)에도 남들보다 크게 실망하고 무너지는 편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충동적인 결정을 내려버리면 훗날 돌아봤을 때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도 사실 사연자분이 준비 중인 진로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요.
관련 학원에 딱 하루 다녀보고, '아,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바로 그만뒀거든요.
ADHD인 특성 상 뭔가를 꾸준히 준비했었다는 것 자체가 그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흥미나 의욕이 있어서 가능하셨던 것 아닐까 싶어요.
한번 왜 이 길을 처음에 가려고 했었던 것일까, 그 초심을 되짚어 보시면 어떨까요?
더불어 ADHD인들이 빨리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동기부여 방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링크 참고)
위에도 썼듯이 시험이 다가 아니고, 앞으로도 남은 고비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루틴으로 만드시면 어떨까 합니다.
만약 결국 지금 준비 중이신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길에서 또 다시 어려움이 계속될 테니까요. (인생은 끝없는 고통의 길....)
(*너무 무시무시한 얘기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더더욱 일상에서 나를 잘 챙기고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길을 택하든, 영원히 행복하고 즐겁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더불어 지금 당장은 엄청난 고난 같았던 시절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정말 희미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내가 그때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얼마나 뿌듯했는지 정도의 기억 위주로 남는 것 같고요.
그러니 결과에 대해 너무 미리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걸음을 옮긴다고 생각하시며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길 바라며 메일을 마무리해봅니다.
포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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