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통해 모집했던 고민에 대한 답변 내역을,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분들도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본 티스토리에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고민으로 들어온 사연은 압축 및 각색하며 개인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가렸으나.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블라인드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편히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본 답변에 없던, 새로 추가한 내용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네번째 사연>
저는 현재 OO계열 소규모 회사의 지원 부서에서 근무 중입니다. 이전에 다른 계열의 회사에서 2년 반을 재직했었고, 현재 지금 회사에서는 거의 3년을 채워가고 있으나 더는 버티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네요.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먼저 탈출한지 오래이고(이 동기들과 제 선배들은 현재 대부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한 상태), 기분파 대표를 맞춰주기 어렵습니다. 저 혼자 마케팅+영업+인사+경영지원+영업지원+기술지원 등 너무나 다양한 업무를 하다 보니 물경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현타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3년을 채우고 퇴사해서 자격증을 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일단 퇴사를 하고 자격증을 공부해볼까요? 토익 및 OOO (특정 분야 관련) 자격증 등을 따면 의미가 있을지,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답변 전문>
안녕하세요, 일단 말씀 주신 상황만을 기준으로 놓고 제가 생각하기에 더 추천드리고 싶은 방향을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1.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물경력'이란 표현에 대해서
요즘 커리어 관련 글들을 보면 '물경력'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저 역시도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물경력인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많지는 않지만) 총 4군데 회사에서 인턴/정규직으로 일해보고 또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이거나 전문화된 직무가 아닌 이상 거의 다 비슷한 느낌으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지원 쪽의 직군은 특히나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거나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고 그렇기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능력 등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 정말정말정말 귀합니다. 각종 마감일과 R&R, Task 등을 잘 다뤄야 하는 프로젝트 관리도 그렇고요!!)
예를 들어 저는 총 직원 수가 1천명 정도 되는 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요.
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종료되면, 경품 당첨자의 개인정보를 취합하는 일이나 경품을 포장하는 일을 모두 제 손으로 하고 있습니다. ^^;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굿즈 n000개가 포장이 안 된 채로 와서 팀원들 다 같이 창고 가서 포장 진행한 적도 있고요.
이 전전 회사(여기도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를 다닐 때에는 전국 유통매장에 직접 찾아가서 물품이 어떻게 진열 되어있는지 카메라로 촬영하는 일을 한 적도 있고, 행사 날 MD 들을 도와 포장하는 업무에 투입된 적도 있네요.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취업했나? 하는 회의감을 가진 적이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이제 이 직무로 회사를 다니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 정도 해탈했고, 이런 사소한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제 실력을 보여주는 다른 방법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지만요.)
물론 현재 계시는 회사의 규모가 작아서 더욱 심하게 다양한 일을 맡고 계시겠지만...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물경력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과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마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늘 따라다닐 걱정이실 거예요. (아무래도 제 3자가 딱 봤을 때 유의미하고 임팩트 있는 일은 높은 연차 + 좋은 회사에 가지 않는 이상 맡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저는 친구들에게 이직에 대해 너무 환상을 품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ㅎㅎ 기대가 클수록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실망도 클 수 있어서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해오신 여러가지 일들을 잘 포장하고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신 동기나 선배분들이 좀 더 규모가 있거나 괜찮은 회사로 간 이력이 있다면, 지금 일을 하시며 기른 능력이나 쌓은 경험을 다른 회사에서도 많이 필요로한다는 의미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물경력'이라는 단어가 요새 너무 흔하게 남용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크고 대단한 프로젝트도 분명 어딘가에는 늘 소박하고 짜쳐 보이는 일이 딸려 있고요. 회사 사람들이 다들 하기 싫어해서 이리저리 미루는 일이 가장 연차가 적은 나에게까지 넘어올 때도 있죠.
이런 소소하고 작아보이는 일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진행하느냐 마느냐가 회사가 원활하게 흘러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는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이 시시하고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때 나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런 훌륭한 사람임을 채용 과정에서 잘 드러내 보여주기만 한다면, 이직에 있어서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봐요. - 다만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자주자주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잘 정리해두거나 잘 해낸 것을 기록해두면 좋겠죠?!)
2. 이직 타이밍에 대하여
메일에 쓰신 두 가지 선택지를 보면 일단 퇴사를 하여 자격증을 따고 그 다음 취업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제가 보기에 이것은 매우 리스크가 큰 방향 같습니다.... ㅠㅠ
아시다시피 지금 구직 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는 상태로 이직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각각 지원자의 입지가 너무 달라집니다.
직장에 재직 중인 상황에서 이직할 때 훨씬 더 좋은 딜을 할 수도 있고, 면접에 임하는 마음 자체도 훨씬 덜 불안하기 때문에 더 본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선퇴사 후이직을 시도하다가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급한 마음에 적당한 회사에 타협하여 입사 ->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이직하는 케이스를 많이 봐서 추천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근속년수 2~5년은 채용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수요가 있을 타이밍인데요,
여기에서 조금만 더 근속년수가 길어지면 이직이 더욱 쉽지 않아질 수 있어서 최대한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여 이직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여 어려운 일이시겠지만 가급적 지금 회사에 다니고 계시면서 이직을 시도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저 역시 이직을 자주한 입장이지만, 한 회사에서 3년 이상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여러 회사에서 (특히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곳일수록)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하고는 합니다.
적어도 한 회사에 3년은 있어야 어느 정도 일을 배웠다 & 일을 꾸준히 하는 지구력이 있구나 생각하는 편이어서요.
만약에 지금까지 근속한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은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차라리 그 시점에서 과감하게 퇴사하시는 것도 방법이지만
조금만 더 채우면 3년을 바라보는 시점이면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버티시는 쪽이 현명해 보입니다.
(버티는 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책 한 권도 추천 드립니다 - 직장 생활 관련 파트가 제 경우 꽤 참고할만 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7066)
3. 토익 및 자격증
혹시 이직하려는 곳이 자격증과 관련된 업종일까요? 만약 지금 계시는 쪽이 그쪽이고 또 업계 분들이 좋게 쳐주는 자격증이라면 유의미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저는 그쪽에는 전혀 지식이 없으므로 현재 업계에 재직하는 분에게 추가로 물어보시는 게 정확할 거 같긴 하네요.)
하지만 자격증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스펙에 플러스를 해주는 수준이지 그것만을 메인으로 내밀어 취업하기에는 어려울 때가 많기 떄문에,
메일 보내주신 분이 지금까지 해온 업무와 어느 정도 통하는지/전공이 어느 쪽이신지 등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어떤 자격증이든 따는 난도가 쉬우면 아무래도 변별력을 갖추기 어렵구요.
좋다는 말이 너무 많이 돌아서 사람들이 많이 딴 자격증도 차별점을 갖기 힘들기도 합니다.
-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자격증은 시간과 에너지 들일 가치가 없을 때가 많죠.-
이 부분을 잘 고민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토익 역시 지원하시는 곳이 공인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지, 요구한다면 몇 점 이상이면 되는지를 살펴보고 준비하시는 것이 효율적일 듯합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 생각보다 좋은 영어 실력을 요구하는 곳이 별로 없는 편이거든요. (제가 보기엔 지원자의 진짜 영어 능력보다는 얼마나 성실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학점 다음의 참고 지표 같습니다.)
성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만 채우면 된다면, 이 역시 굳이 퇴사하고 준비하시기 보다는 연휴가 길게 붙어 있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하시거나 주말에 학원을 다니시며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종합하자면 영어 성적과 자격증 모두 정확히 어떤 회사 어느 직군으로 가고 싶은 것인지 정리하신 후, 그곳에서 요구하는 것 정도만 따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특히나 이미 근속 경력이 있는 경력직이면 더더욱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이기 때문에 이를 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다듬는 쪽이 이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여러 번 이직을 했다 보니 주변 사람의 모의 면접 상대가 되거나 자소서/포트폴리오 등을 보는 때가 있는데요.
다들 생각보다도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는지, 허술한 부분이 보일 때가 꽤 많아서 종종 놀라고는 합니다.
Ex. 면접에서 상대가 레드 플래그로 느낄 만한 얘기를 한다거나,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거나, 자소서에 맞춤법이 틀린 대목이 여러 곳 있다거나....
최대한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하고, 지원하려는 기업에 맞춰서 다양화 해두시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네요!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면접 연습 상대가 되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듯하고요.)
혹은 (꼭 퇴사 및 직무 전환을 희망하신다면) 본인이 원하시는 직무 관련 단기 교육 부트 캠프를 찾아보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고요... (이것도 리스크가 너무 커서 지금 시점에서는 그다지 추천 드리고 싶지 않지만요.)
정리하자면 지금 시점에서 보험 없이 퇴사하는 것보다는 계속 재직 상태를 유지하시며 지원을 해보시는 쪽이 만족스러운 직장으로 갈 확률을 더 높여줄 것 같습니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이직 희망하는 회사에 잘 맞게 다듬는 작업을 계속하시면서, 이미 이직에 성공한 선배나 동기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직 의사를 어필해보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어느 쪽을 택하시든 결국 그 인생을 살아가는 상담자 분이 책임을 짊어지실 일이기에,
제 얘기는 어디까지나 참고 수준으로 가볍게 보시고 궁극적인 선택은 스스로의 결정에 따르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길을 가시든 좋은 일이 함께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포웰
'상담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포웰의 고민상담소 #6. 기대했던 시험에서의 고배, ADHD 때문? 계속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 (0) | 2025.09.30 |
|---|---|
| 포웰의 고민상담소 #5. 작업 기억력과 해외 취업/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ADHD (0) | 2025.09.30 |
| 포웰의 고민상담소 #3. 맞지 않는 업무에 진로 변경을 고민하는 ADHD (1) | 2025.09.23 |
| 포웰의 고민상담소 #2.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어떤 길을 가야 안전할까요? (0) | 2025.09.23 |
| 포웰의 고민상담소 #1. 아직 서툰 사회 초년생, 웹소설 집필을 회사와 병행해도 괜찮을까? (0) | 2025.09.22 |